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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는 우리 술 스토리텔러…참신한 콘텐츠가 창직 성공의 길”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12편] 허시명 술평론가

여행작가로 일하다 술 기행 하게 돼

전문적인 기사 위해 술 공부 시작한 게 창직의 시작

이미지=최정문




와인에는 소믈리에(Sommelier), 맥주에는 시서론(Cicerone), 일본 사케에는 키키자케시(利酒師)가 있다. 모두 제 나라에서 주도적으로 마시는 술 또는 세계적으로 많이 마시고 있는 술을 평가하는 직업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 술을 다루고 평가하는 직업은 없을까. 허시명 씨의 술 평론가가 바로 한국 술을 맛보며 한국 술을 평가하고 추천하면서 한국 술을 새롭게 기획하는 직업이다.

허시명 씨는 본래 세상의 낯선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작가였다. 주로 언론매체에 자신의 경험을 여행기로 연재하고, 연재가 끝나면 책으로 묶었다. 이런 방식으로 문인 기행, 가족 체험 여행, 서해안 여행, 음식 여행 등 여행을 테마로 하는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글쓰기 실력도 뛰어나 언론사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로 글쓰기를 요구할 정도였다. 하지만 늘 새로운 소재로 글을 써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주제를 요청받다가 던지다시피 제출한 기획안이 바로 술 기행이었다. 젊은 직장인들이 보는 주간지의 주제로 좋을 것 같았다. 그의 예감은 맞아떨어졌고, 그날부터 술 기사를 시작으로 술 기행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술 기행은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몇 편 쓰지 않았는데 금세 한계에 도달했다. 술을 배우지 않고는 술에 관해 새로운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전문적인 글쓰기를 위해 술 빚는 법을 배우기로 하고, 여러 술 교육기관을 취재하면서 그곳에서 술과 관련한 중요한 강의를 들었다.

국순당 배상면주류연구소에서 술의 성분을 분석하며 이화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익혔고, 유명 양조장에서 술 빚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쌀로 술을 빚는 한국 술과 일본 술의 유사성, 차별성을 이해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있는 주류총합연구소에서 사케 빚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술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그의 여행기도 빛이 났다. 술 취재기를 담아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 <술의 여행> 등 여러 책을 출간했다. 책을 내니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노하우를 글이 아닌 말로 해설하는 강의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한 언론사와 협력해 막걸리학교 강좌도 개설하게 됐다. 그는 머지않아 전통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내다보며 술과 관련한 문화 공간과 실습 공간을 만들었다. 바로 ‘막걸리 학교’였다. 그의 바람대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술 문화를 배우고 호기심을 넘어 전문적인 취미로 삼기 시작했다. 이후 관련 강좌나 전통주 알리기를 본격화한 그는 ‘술평론가’라는 창직의 길을 걷게 됐다.

허시명 술평론가(가운데)/사진=이정원


◇ 혼술족 시대, 술평론가 전망 밝아

막걸리학교는 술 맛보기와 술 빚기가 재미있는 자기 계발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후에도 허시명 씨는 막걸리학교와 더불어 늘 새로운 콘텐츠 만들기를 모색하고 있다. 막걸리학교 안에 다양한 발효 음료와 발효 술 강좌를 기획해 넣고 있다. 막걸리 학교에는 현재 초급, 중급, 상급 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막걸리로 만드는 식초 강좌, 막걸리로 만드는 발효 빵과 떡 강좌, 막걸리로 만드는 증류주 강좌, 그리고 유럽 막걸리라고 할 수 있는 맥주 강좌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강연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서도 막걸리와 전통주 등에 대한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허시명 술 평론가는 강연부터 막걸리학교와 기행을 통한 전통주 알리기 등 나만의 새로운 술 평론가 콘텐츠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술 평론가 창직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막걸리학교 운영에 있었다. 막걸리학교를 운영하려면 직원들이 필요했고, 직원들에게 보수를 주려면 더 많은 일을 벌여야 했다. 허시명 씨는 좀 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만 외부기관에서 요청을 받아 진행하는 강좌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이 적어 자신의 창의성을 한껏 담아내기 어려웠다. 수익을 위해 일에 가치와 즐거움을 담지 못할 때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수익 창출과 가치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또한, 허 씨는 창직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술평론가도 마찬가지로 콘텐츠가 자산이고, 얼마나 기발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개발하느냐가 사람들의 만족도와 직결됐다. 지속가능한 창직을 위해 허시명 씨는 지금까지도 술 평론가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양조장으로 술기행을 떠나는 모습/사진=이정원


혼술족, 1인 홈 주조 시대에 접어들면서 술평론가에 대한 전망 역시 밝다. 그만큼 술평론가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있다. 신상품 술을 평가하거나 술 제작에 참여하는 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혼술족, 홈술족이거나 집에서 직접 막걸리나 과실주를 빚어 친구들과 나눠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그 밖에도 술평론가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전통주 해설사, 소믈리에, 유튜브 운영자, 술 빚는 공방 운영자, 술 카페 운영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자신의 일자리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은 ‘석 잔을 마시면 대도(大道)로 통하고, 한 말을 마시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라며 술을 극찬했고 시인 바이런은 ‘술은 사고로부터 떠나는 휴식’이라고 말했다. 즉, 술을 적당히 마시고 즐기면 휴식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일찍이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술 문화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소믈리에(Sommelier), 키키자케시(利酒師), 시서론(Cicerone),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 등 각 분야에서 술의 맛과 향을 감별하고 입맛에 맞는 술과 그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해 주는 전문가가 발전해 왔다.

또한, 이런 전문가들은 각각의 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소개하는 스토리텔러의 역할도 담당해 왔다. 그렇다면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우리 술을 음미하며 평가해주고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새로운 직업을 창직한 이가 바로 막걸리학교 허시명 대표이다. 모두가 간과하고 넘어갔던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의 전통술과 문화를 널리 알리는 새로운 직업인 ‘술 평론가’가 탄생한 것이다. 창직은 이렇게 일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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