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자체, '있는 기업'부터 지켜라

2022-03-16 11:25:18 게재
경북의 양대 산업축인 포항과 구미시가 대기업의 '도미노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에는 '철의 도시' 포항이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로 난리법석을 떨었다. 포스코가 지주사를 서울에 설치한다는 결정에 포항시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정치권과 연대해 반대했고 때마침 대선이 한창이어서 여야 후보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포스코가 백기를 들었다. 약 두달에 걸친 지주사 갈등은 포스코가 지주사의 소재지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에 설치하는 것으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구미시도 대기업들이 잇따라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삼성물산이 오는 6월 구미사업장(옛 제일모직) 사업을 종료한 후 11월 폐쇄한다고 밝혔다. 2주전에는 LG전자가 태양광 패널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대기업의 구미 엑소더스는 10여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삼성전자가 2010년 휴대폰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데 이어 2015년과 2019년엔 공장부지를 팔고 사업부도 수도권으로 옮겼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경기도 파주시로 옮겼으며 2017년과 2020년까지 공장과 기숙사를 팔았다. LG전자는 2020년 구미공장 TV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보냈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구미사업장을 타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막을 방안도 없고 명분도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줄줄이 떠나는 기업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다.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게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심정이다.

대기업도 지역사회에 대한 책무를 재고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지자체와 정부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지자체는 기업유치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있는 기업'부터 사수하고 지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 문화 환경 관광 등 대기업 인재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정주여건을 갖추는 정책을 펴야 한다. 또 정치권과 협조해 조세특례법 개정과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도입 등 과감한 조세감면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정부도 '지자체 일이고 기업내부 문제'라고 내팽개칠 게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의 동반성장이 곧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으로 지자체에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철도 도로 공항 등 각종 기반시설 확충은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당선인이 새정부 인수위원회에 역대 최초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한다. 대기업 탈지방화로 위기에 몰린 지방을 살릴 대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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