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한국을 바로 알리는 데 헌신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1996년, 아직은 해외여행이 익숙지 않던 시절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47)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 8·15 만세운동을 전개하며 한국 홍보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현장에는 400여명의 한국인들이 만세삼창을 외쳤고 행사가 후반부에 들어서자 외국인들이 합류하며 열기를 더했다. ‘독도 알림이’ ‘한국 알림이’ 등의 애칭으로 친숙한 서경덕의 ‘한국 홍보 전문가’ 행보는 그렇게 시작됐다. 20대 초반의 청년이 걸어온 족적은 수백 수천의 외교관 못지 않다는 평이 자자하다.
“한국? 어디에 있는 나라죠?”
서 교수는 28년간 300여곳 이상의 세계 각지를 누비며 현지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소개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
견문을 넓히기 위해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마주하기 일쑤였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한국이면 북쪽이냐 남쪽이냐’ 혹은 ‘어디에 있는 나라냐’ 등의 말을 들었다. 그럴수록 한국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마음은 더 커졌다고 한다.
서 교수는 28년간 300여곳 이상의 세계 각지를 누비며 현지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소개했다. 그 결과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한국어 서비스를 이끌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세계 유력 매체엔 독도와 동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광고를 실었다.
中·日의 도발, 김치공정과 사도광산 왜곡
서 교수는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한국이면 북쪽이냐 남쪽이냐’ 혹은 ‘어디에 있는 나라냐’ 등의 말을 들을수록 한국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한다. /사진=장동규 기자 |
김치와 광고 전문가가 함께한 프로젝트에서 세계인들에게 정확한 김치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다. 서 교수는 광고에 김치는 현재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발효식품으로 자리매김했고 한국의 김치는 세계인의 것이 됐다는 내용을 넣었다. 그는 이 광고 파일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려 더 많은 세계인들과 공유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도발에 대해 “김치뿐 아니라 한복, 아리랑, 삼계탕 등을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데 한국 콘텐츠가 잘나가는 데 대한 비뚤어진 열등감의 발로다”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일본의 새로운 도발을 좌시하지 않는다.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예고한 ‘사도광산’ 문제다. 일제는 사도광산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1200여명 이상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서 교수는 장기 프로젝트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서명운동 결과를 유네스코 측에 보내 일본의 역사 왜곡을 전 세계에 알리고 사도광산 등재를 막을 것”이라며 “삼일절 이후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사도광산의 강제노역 은폐를 조명하기도 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여론을 움직여 세계유산 등재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서 교수는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적인 유력 매체의 광고 게재, 다국어 영상 제작 및 전 세계 배포 등을 통해 일본의 역사 왜곡을 전 세계에 꾸준히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명의 홍보대사, 송혜교씨와의 11년 동행
서 교수는 최근 중국과 일본의 도발에 맞서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지난 삼일절에 서 교수는 송씨와 함께 ‘해외에서 만난 우리 역사 이야기-샌프란시스코편’ 안내서 1만부를 미국 샌프란시스코한국교육원에 기증했다. 상하이(중국), 도쿄(일본), 파리, 뉴욕 등에 이어 일곱 번째 기증이다.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제작된 이번 책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한국 독립운동사를 소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케이 팝(K-POP), 오징어 게임 등 콘텐츠 열풍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처럼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재외동포와 유학생들에게도 샌프란시스코 독립운동 역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