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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사면’ 싸고 이견?…신·구 권력, 허니문 없는 ‘신경전’
文·尹 오찬회동 전격 무산 배경
양측 “실무협의 안돼…일정 다시 잡기로”
尹, 국민통합 명분 MB사면 밀어붙이기
文대통령, 여권·지지자 거센 반대 부담
인사권·민정수석실 폐지 등 곳곳 충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불편한 동거’를 이어오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하기로 했던 오찬회동이 전격 무산됐다. 신·구 권력의 오찬회동 무산이 ‘실무 협의 실패’ 로 밝힌 점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한 이견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양측은 ‘허니문기간’에도 신경전을 끊임없이 이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진영 간 대립이 다시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하면서 “효율적으로 정부를 인수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떠나는 정권’과 ‘들어설 정권’ 사이의 대립이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 회동’ 사실과 의제를 먼저 언론에 알린 것에서부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례상 대통령 일정은 청와대가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양측은 MB 사면 문제, 인사권 행사 문제 등 곳곳에서 국지전이 치열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 오찬회동 무산을 두고 의제였던 ‘MB 사면’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로 MB 사면을 의제로 내놨지만 청와대에서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비서실장, 윤한홍 의원 등 MB계 인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인식이 강하다. 석가탄신일(5월 8일)을 앞두고 다음달 말이나 5월 초 특별사면에 MB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 역시 윤 당선인 측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MB 사면은 임기 마지막까지 국민 지지에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의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공통 시각이다. 여당과 문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은 데다 자칫 원칙 없는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특별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대통령 당선인 건의라고 해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기류다. 대선 직후 빠지긴 했지만 40% 안팎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MB 사면에 쉽게 나서지 못한 요인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MB 사면과 관련해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해결할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인사권 행사 문제도 양측의 충돌지점이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협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임기 내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윤 당선인 측근 권성동 의원이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임기가 보장된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점도 청와대 내부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다.

양측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을 두고도 신경전이 여전하다.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 폐지의 배경으로 ‘국민 신상털기’ 등을 들었고, 청와대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로 맞받아쳤다.

강문규·박병국 기자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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